여기에 쓰는 이유
2년 가까이 혼자 쌓아 둔 기록을 밖으로 꺼내기로 했다. 성공담이 아니라 무너진 지점을 쓴다.
만든 것을 세는 습관보다 접은 것을 세는 습관이 늦게 생겼다. 세어 보니 후자가 더 길었다.
지난 2년 동안 제품을 만들면서 매일 짧은 메모를 남겼다. 오늘 무엇을 결정했고 무엇이 안 됐는지. 처음엔 그냥 잊지 않으려고 쓴 거였는데, 쌓이고 나니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. 같은 결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내리고 있었다. 4월에 “이건 접자”고 적어 둔 프로젝트를 7월에 다시 살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, 3월에 “다시는 이렇게 시작하지 말자”고 쓴 방식으로 6월에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.
기록이 없었으면 그냥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졌을 텐데, 기록이 있으니 제자리를 도는 게 보였다.
왜 밖에 쓰나
혼자 보는 기록은 한 가지를 못 한다. 나에게 유리하게 편집되는 걸 막지 못한다.
“완료”라고 적어 둔 항목을 나중에 열어 보면 절반쯤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. 결제 연동을 끝냈다고 썼지만 정산과 세금 처리가 빠져 있었고, 기능이 다 됐다고 썼지만 실제로 붙여 본 적은 없었다. 나 혼자 읽는 문서에서는 그 라벨이 통과된다. 누군가 읽을 문서에서는 안 통과된다.
그래서 밖에 쓴다. 정확해지려고.
무엇을 쓰나
- 내린 결정과, 그게 몇 달 뒤 어떻게 뒤집혔는지
- 혼자서 기획·개발·인프라·결제까지 붙잡을 때 실제로 걸리는 것들
- 읽고 나서 실제로 행동을 바꾼 것만. 좋았던 책 목록이 아니라, 바꾼 한 가지
쓰지 않을 것도 정해 뒀다. 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조언, 숫자 없는 성장 이야기, 그리고 아직 안 끝난 걸 끝난 것처럼 말하는 문장.
읽는 사람에게
혼자 만드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데서 막힐 거라고 생각한다. 무엇을 접을지 정하는 문제, 다 됐다는 감각과 실제 완료 사이의 간격, 그리고 어제의 다짐이 오늘 왜 이미 사라졌는지 같은 것들.
여기 있는 글은 답이 아니라 관찰이다. 내가 어디서 틀렸는지 정도는 정확하게 적어 두려고 한다.